동물이 잠을 자는 이유 - dongmul-i jam-eul janeun iyu

'왜 동물들은 잠을 자는가?'

가장 기초적인 질문이지만 아직도 현대과학의 중요한 숙제로 남아있었다. 국내 연구진이 성 행동 조절단백질이 수면 항상성 조절에도 관여한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GIST(광주과학기술원) 생명과학과의 김영준 교수(공동 교신저자)와 KAIST 생명과학과 최준호 교수(공동 교신저자) 연구팀이 초파리 모델을 이용해 SPR 수용체와 신경펩타이드 결합 단백질(MIP)로 이뤄진 신경회로가 수면 항상성 조절에 중요함을 알아내고 그 구체적인 작동원리를 밝히는데 성공했다.

수면은 인간뿐만 아니라 다양한 종의 동물에서 관찰되는 것으로 수면행동이 조절되는 과정을 자세히 규명하고 진화이유를 밝히려는 연구가 활발하다. 초파리는 인간과 크게 다르지 않은 수면행동을 가지고 있어 연구에 최적의 요건을 갖추고 있다.

1970년대 최초의 일주기 생체 리듬조절 유전자가 발견된 이후 분자적 조절기제가 규명돼 왔지만 수면항상성 조절의 분자적 규명은 아직 부족한 상태다.

이에 연구팀은 초파리의 뇌에서 발현되는 수면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SPR(Sex Peptide Receptor)과 MIP가 수면조절에 관여하는지 연구에 돌립했다. 그 결과 SPR과 MIP가 낮게 발현되면 잠이 드는데 어려움이 없지만 수면상태가 잘 유지되지 않는 특징을 발견했다. 또 충분한 수면 회복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도 확인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초파리의 일주기 리듬과 수면조절에 중요한 신경회로망(PDF)에서 생성되는 SPR이 MIP에 의해 활성화되면 각성을 촉진시키는 cAMP생성을 억제시켜 수면을 유도한다는 것.

이번 연구 결과는 생식활동과 수면의 진화적 연결고리를 발견한 것으로 향후 수면질환과 불임의 관련성 이해, 관련 치료제 개발에 새로운 이론적 기반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 새로운 방식의 수면질환 치료제 개발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한편 생식관련 질환과 수면질환과의 연관성에 대한 이해도 도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연구는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뇌과학원천기술개발사업 및 중견연구자지원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되었고 연구결과는 생명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플로스 바이올로지(PLoS Biology)지 온라인판 10월 21일자(현지시간)에 게재됐다.

김영준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생리적 기능이 밝혀진 MIP는 밤에 집중적으로 분비되며, 잠을 재우지 않은 초파리에서 분비가 증가한다"며 "신경세포가 뇌의 수면요구에 반응해 MIP의 분비를 조절하는 과정을 규명한다면 미제로 남아 있는 인간의 수면항상성 조절 메커니즘의 원리를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2008년 김영준 교수 연구팀이 네이처지를 통해 초파리 암컷의 산란과 교미행동을 조절하는 핵심 수용체인 SPR 수용체를 보고하고 이어 2010년 미학술원회보에 SPR수용체가 뇌에도 존재하고, MIP라는 신경펩타이드에 의해 활성화될 수 있다고 밝힌 연구의 후속연구결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