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홀씨 뜻 - mindeulle holssi tteus

민들레는 주변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꽃이지만, 항상 이 꽃의 영어이름이 꽤나 복잡하다고 생각했다. 민들레는 영어로 하면 dandelion인데, 내가 이 단어를 처음 본 것은 어릴 때 읽은 어느 잡지에서였다.

민들레 홀씨 뜻 - mindeulle holssi tteus

그 잡지는 광고도 싣지 않는 독립출판 사진잡지였는데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집 근처 서점이나 대형서점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고, 어쩌다 들른 낯선 골목의 작은 동네서점에 간간히 한 권씩만 팔고 있어서, 용돈을 모아놨다가 서점에서 잡지가 보이면 보물찾기를 하는 것처럼 한 권씩 사모았다.

사진잡지라 그런지 감각이 뛰어난 사진들이 많았다. 예쁜 사진들을 보고 페이지를 넘기다 어느 이미지에 마음을 빼앗겼다. 두 페이지 전체에 민들레 사진이 가득하고 중앙에 크게 영어로 Dandelion이 한 단어가 적혀 있었다. 보통 잡지는 빼곡하게 글씨가 있고 사진은 프레임되어 작게 자리잡고 있는데, 마치 화장품 광고처럼 아무런 문장도 없이 Dadelion이라는 단어만 적어놓은 레이아웃이 특이했다. 이게 무슨 뜻이야?

Dandelion이 도대체 무슨 뜻인가 사전을 찾아봤더니 민들레란다. 그걸 알고 다시 페이지를 보니, 한국어 궁서체로 '민들레'라고 적었어도 멋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한국식은 중간에 큰 글자가 아니라 세로쓰기로 오른쪽 여백 쯔음에 적어야겠지만.

어쨌거나, 민들레의 영단어는 왜 이렇게 어렵고 쓸데없이 긴 걸까 생각했는데, 이 단어가 원래 영어가 아니라 프랑스어였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프랑스어로 민들레는 훨씬 더 쉽고 직관적인 뜻이 있다.

 침대의 오줌과 사자의 이빨

민들레의 프랑스어 표현은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pissenlit"이고, 나머지 하나는 영어와 비슷한 "dent-de-lion"이다.

둘 다 어원이 재밌다. 먼저 "pissenlit"을 나눠보면 pisser는 '오줌싸다'라는 뜻이고, en은 '~에', lit는 '침대'라는 뜻이다. 그래서 합치면 pissenlit, "침대에 오줌싼다"이란 뜻인데, 프랑스 위키피디아에서도 꽃면이 평평하고 노란색인 종류는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래도 꽃인데 오줌이라니... 민들레가 알면 슬퍼하겠어.

민들레 홀씨 뜻 - mindeulle holssi tteus
침대에 오줌이라고??

이런 이름이 붙게 된 배경에는 민들레가 약으로 쓰이는 약초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실제로 노란색의 서양민들레는 옛날부터 이뇨작용이 밝혀졌고, 이를 먹은 사람이 정말 침대에서 오줌을 싸게 만든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민들레 홀씨 뜻 - mindeulle holssi tteus
뾰족뾰족해서 사자이빨같은 민들레 잎

민들레의 또다른 프랑스어 이름 "dent-de-lion"을 살펴보자. 하이픈으로 나눠진 부분을 해석하면 dent는 "이빨", de는 "~의", "lion"은 사자이다. 사자의 이빨이라는 뜻인데, 민들레의 잎이 뾰족뾰족하기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침대에서 오줌싼다"보다는 나은 이름이긴 한데, 낭만적이라는 나라 프랑스에서 이런 작명실력이라니... 재밌다.

* 내용 출처: 프랑스 위키피디아

https://fr.wikipedia.org/wiki/Pissenlit#%C3%89tymologie,_autres_noms,_expressions

 민들레에 관한 사실

  • 민들레는 태양, 달, 별, 세개의 천체를 상징하는 꽃이다. 노란색 꽃은 태양을 뜻하고, 폭신폭신해 보이는 흰색 씨앗이 달린 줄기는 달을 의미하며, 흩어지는 꽃씨 하나하나는 반짝거리는 별을 의미한다.

민들레 홀씨 뜻 - mindeulle holssi tteus

  • 민들레는 꽃, 뿌리, 잎 모두가 유용하게 쓰인다. 옛날부터 민들레로 염색을 했을 뿐만 아니라 음식을 해먹거나 약으로 많이 쓰였다.
  • 민들레는 꽃가루 알러지를 유발하지 않는다. 꽃가루 입자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들레의 진액은 알러지를 유발할 수 있어서 먹거나 만질 때 주의해야 한다.
  • 민간 의학에서 민들레는 간염, 염증질환에 사용되고 이뇨작용이 있다.
  • 민들레는 산불 등으로 황폐화된 땅에서 가장 먼저 자라는 식물이어서, "개척자 식물"이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이진원 기자의 바른말 광] '민들레 홀씨'나, '처녀 불알'이나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민들레 홀씨 뜻 - mindeulle holssi tteus

'…그 바람에 까무러친 민들레 홀씨/하늘 가득 자욱하니 흩어져 날았어요/깔깔거리며 날았어요….'(송수권 시 <땡볕>)

'민들레 홀씨'라는 말, 시뿐만 아니라 노래며 책이며 우리 머릿속에까지 정말 많이도 퍼졌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표현이다. '홀씨'는 '씨'가 아니라 '꽃을 피우지 못하는 식물이 생식을 하기 위해 만드는 세포'이기 때문. 한자말로는 '포자(胞子)'라고도 한다. 이렇게 암수 배우자의 융합 없이 하는 '무성생식'은 고사리, 곰팡이, 버섯, 이끼식물 따위에서 볼 수 있다. 하지만 민들레는 꽃을 피워 '유성생식'을 하는 식물. '씨앗'으로 번식을 하기 때문에 홀씨가 있을 수 없다. 그러니 '민들레 홀씨'는 '처녀 불알'이나 '고양이 뿔'과 같은 항렬에 드는 말인 셈이다.

틀린 말을 이리도 익숙하게 쓰게 된 건 <민들레 홀씨 되어>라는 노래 탓도 크다. 말 한마디라도 조심해야 한다는 건 바로 이 때문이다. 하지만, 골이 깊으면 산이 높은 법. 이처럼 많이들 틀리니, 제대로 된 표현을 만나면 즐거움은 훨씬 더 커진다.

'…바위가 거대한 것은 네가 옹달샘처럼 좁은 탓이야/강처럼 품이 넓어지면 바위는 조약돌이 될 거야/바다처럼 아득해지면 바위는 모래가 되겠지/저 우주 은하수 속에서 네 경계를 허물어봐/바위는 민들레 꽃씨처럼 나풀나풀 날아갈 거야….'

부산의 어느 고등학교 선생님인 조향미 시인의 <바위>라는 시인데, '민들레 꽃씨' 다섯 글자가 보석처럼 빛난다. 글 쓰는 사람이라면 이래야 한다. 말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사전 열심히 찾고,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아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아래의 신문 칼럼처럼 실수하기 쉽다.

'독한 항생제를 자꾸 주사하면 바이러스의 내성(耐性)이 강해져 마침내 퇴치 불가능한 수퍼 바이러스가 탄생한다. 남에게 상처 주는 데 급급해 독한 말만 골라 쓰다 보면 우리말 본래의 은근한 맛도 점점 사라질 것이다.'

순한 말을 쓰자는 뜻은 좋았다. 하지만 곧 이런 댓글들이 인터넷에 달리는 바람에 글을 고쳐야 했다.

'항생제는 바이러스 감염이 아니라 세균(박테리아) 감염에 처방하는 것입니다.' jinwoni@


  요즘 쌍둥이 녀석들이 놀러나가면 드문드문 끝물로 남아있는 민들레 홀씨를 따서 후하고 불면서 좋아한다. 그럴 때마다 자연 가사 한 구절이 떠오르고.......

  호기심 많은 딸은 "아빠, 민들레가 무슨 뜻이야?"하며 묻는다. 이럴 때면 국문학을 전공하고 이 분야에 관심을 가졌던 것이 그리 고마울 수가 없다.

  하여 집사람한테 어깨 으쓱하며 조곤조곤 설명을 해주곤 한다.

  민들레란 이름은 민들레가 갖고 있는 그 질긴 생명력에서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민들레란 과거 사립문 둘레 혹은 동네 어귀에 흔히 핀 꽃이라고 해서 '문둘레' 혹은 '문들레'로 부르던 것이 변하여 '민들레'가 되었다.

  꽃 모양은 여러 장의 노랗고 가드다란 꽃잎이 한데 이루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꽃잎 하나하나가 꽃이다. 그래서 꽃이 지고 난 다음 꽃의 수만큼 솜터 열매들이 둥근 공 모양으로 열리다. 이를 홀씨라고 부르고 우리 쌍둥이가 '훅'하고 불면 하나하나가 하늘로 날아간다.

  민들레의 어린 잎은 옛날에는 나물로 무쳐 먹고 화전처럼 튀겨먹기도 했지만 요즘은 쌈으로도 많이 먹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