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러 공식은 나에게 매우 익숙했던 것이기 때문에 다행히 쉽게 풀리기 시작했다. 1-1을 풀고 1-2를 풀어냈는데 뭔가 석연치 않았다. 하지만 그냥 무시하고 1-3까지 풀었다. 검산을 좋아하는 나의 특성상 1-1에 나온 식에 정육면체의 식을 대입해보았는데 식이 성립하지 않았다. 여기서 한 번 당황. 처음부터 식을 다시 유도해내고 정육면체를 대입해보았는데 다행하게도 성립하였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2번으로 넘겼지만 바로 공황상태.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2번 문제의 도형 자체는 쉬웠지만 당시에는 긴장을 너무나 심하게 했었기 때문에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았다. 문제를 풀기 시작해서 2-1과 2-2 (1)번은 쉽게 풀었다. 2-2 (2)번은 대충 풀면 나올 거라는 생각으로 풀다가 잘 안 되어서 당황했다. (3)번으로 넘어가서 풀다가 어정쩡하게 남겨두고 2-3번을 보았는데 너무 어려워 보였다. 다시 2-2번으로 돌아가서 풀고 있는데 직선의 방향벡터가 떠올라 쉽게 풀어냈다. 2-3번을 풀게 되었는데 처음에는 방법이 떠오르지 않다가 임의의 t에 대해서 성립해야 하므로 항등식임을 보이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풀어냈다. 2-4를 가지고 고민하다가 시간이 다 되어서 문제를 풀러 들어가게 되었다. 나 : (노크 두 번) 그 교수가 어떤 문제를 언급하는 건지 몰라서 가만히 있었는데, 그 때 15분이 다 지났음을 알리는 조교의 노크 소리가 들렸다. 나 : (들어올 때의 당당한 모습과는 너무나 다르게)안녕히 계세요. [문제1] 다음 반응에 대하여 물음에 답하시오. [문제2] ATP는 고에너지 인산화 화합물로 생체 내 대부분 생리활성의 주 에너지로 사용되는 화합물이다. ATP 가수분해와 관련된 다음 질문에 답하시오. 오전에 나를 너무나 힘들게 만들었던 수리와 달리 화학 문제는 쉽게 느껴졌다. 1-1과 1-3을 쉽게 풀어내고(1-2는 어차피 하다보면 나올 거라는 생각으로 제쳐두었다.) 2번 문제도 2-1과 2-4를 제외하고 쉽게 풀었다. 시간이 충분히 주어졌기에 편안한 마음으로 문제를 다시 읽다 보니 2-1에서는 ATP 음전하가 크다(4-)는 점이 눈에 띄었고, 2-4는 내 머리 속에 효소밖에 떠오르는 것이 없었기에 그냥 적어 두었다. 그런 뒤에 1-2를 풀었는데 그냥 떠오르는 대로 두 종류의 반응을 적어놓았다. 그런 뒤에 어제 오후에 죽어라고 외워두었던 공식들을 마구마구 문제 옆에 적어대었다. 다 풀고 난 뒤에 시간이 5분 정도 남아서 멍하니 있다가 문제를 보면서 면접 시에 해야 할 말들을 생각해두고 있었다. 4시 20분이 되자 내 앞 학생이 면접을 보고 나왔다. 기쁜듯한 얼굴 표정이었다. 잘 봤나보다 생각을 하면서 면접을 보러 들어갔다. 여기에서 왼쪽에 앉은 여교수님(아까 화장실을 다녀오셨던)이 주로 질문을 하셨으므로 교수 라고 하고 오른쪽에 앉은 남교수님을 남교수 라고 하겠다. 이렇게 면접을 마치고 나오려는데 10분이 경과했음을 알리는 조교의 노크소리가 들렸다. 즉 내가 10분도 걸리지 않아서 면접을 끝냈다는 것이었으므로 기분이 좋았다. 사실 내 말이 약간 빠른 감이 있기는 하지만 충분히 문제를 풀고 추가질문도 어느 정도 대답을 했기에 후련했다. 생글생글 웃으면서 면접장을 나왔고 짐을 챙겨서 조교에게 인사를 하고 밖으로 뛰어나왔다. 학생회관 식당에서 기다리고 계시던 어머니께 화학 면접을 아주 잘 보았다고 말씀드렸다. 나오면서 담임선생님께 전화를 드려서 면접을 어떻게 보았는지에 대해 말씀드렸다. 12월 16일에 좋은 결과가 있으면 좋겠다. (결과 : 합격) |